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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

[신한갤러리] 정재원의 미필적 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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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원의 미필적 고의

2018.5.10~6.14

신한갤러리

무료



정재원의 작가노트

최근 주변에서 일어나는 재건축 현장을 보며 개발로 인하여 변화된 풍경에 주목하게 되었다. 학창시절 많은 시간을 보냈던 개포동 주공 아파트 단지를 다시 찾아갔을 때의 모습은 상당히 변화된 모습이었다. 재건축을 앞둔 사람들은 아파트를 떠났고 나무들은 벌목되어 있었다. 사람도 나무도 떠난 이곳에 알 수 없는 공허함이 가득했다.

작업은 '사람은 떠날 수 있다. 그러면 나무는 어떻게,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곳은 아파트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메타세쿼이아, 플라타너스 나무, 향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등 다양하고 수많은 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아직 한참의 시간이 남아있는 나무들이지만, 재개발 이후 그들의 시간은 거세된다. 단지 200여 그루만이 이식되고 나머지는 모두 벌목될 예정이라고 하니 곧 이전의 풍성했던 개포동 주공 아파트 단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아쉬움에 철거가 얼마남지 않은 1.4단지를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갔다. 사람은 떠났지만 여전히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는 나무들은 묵묵히 그들만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인적이 끊기고 오로지 자연스러움만이 남아있는 이곳은 그 어느 때보다 계절감이 크게 느껴졌다. 아파트보다 훨씬 크게 자란 거목들이 사람들이 떠난 빈자리를 풍요롭게 채워주고 있었는데, 공허함과 풍요로움, 아름다움과 쓸쓸함, 이별과 새로운 시작이 공존하고 있는 아이러니하면서도 미묘한 곳이었다.(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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